한은, 0.25%P 금리 인상…"성장보다 물가안정"
[출처]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0/0003019527?sid=10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선택은 이번에도 기준금리 인상이었다. 15년 만에 2개월 연속 금리를 올렸다. 이창용 총재는 물가를 잡는 데 사활을 걸겠다고 강조했다. 한은 금통위는 26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연 1.50%인 기준금리를 1.75%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지난달 14일에 이어 2회 연속 인상이다. 지난해 8월부터 같은 해 11월, 올해 1월과 4월에 이어 약 9개월 사이 다섯 번이나 금리를 높였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속 인상한 건 2007년 7월과 8월 이후 처음이다. 이번 인상으로 미국과의 금리 차이는 0.75∼1.00%P로 벌어졌다.
한은이 이례적으로 2회 연속 인상을 단행한 건 치솟는 물가를 그대로 놔둘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 공급망 차질 등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8% 올랐다.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발표하면서 지난 2월 3.1%보다 크게 높여 잡은 4.5%로 예상했다.
한은의 4%대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011년 7월(연 4.0% 전망) 이후 10년 10개월 만으로, 그만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박이 큼을 말해 준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물가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당분간 물가에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총재는 “성장보다는 물가의 부정적 파급효과가 더 크다”면서 “취약 계층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지만 현 상황을 실기해서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확산되고, 그 결과 물가가 높아지면 실질 임금이 하락하고 경제 불안이 커져서 취약 계층이 중장기적으로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성장률을 조금 깎아 먹더라도 물가 잡는 데 더 몰두하겠단 얘기다. 이날 한은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존 3.0%에서 2.7%로 낮춰 잡았다. 내년엔 2.4% 성장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 총재는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은 잠재성장률(2% 내외)보다 높다”며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불황 속 물가 상승)을 우려하기보다는 물가 상방을 더 우려해야 하는 상황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추가 금리 인상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시장에서 연말 기준금리 예상을 2.25%에서 2.50%로 올렸는데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물가 수준이 많이 올라가서 당연히 시장 예측도 올라가는 건 합리적 기대”라고 말했다. 이날 주식과 채권시장은 금리 인상에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외환시장도 횡보했다.
다만 대출자 이자 부담은 커지게 됐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9월 말 가계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기준금리가 0.25%P 오르면 가계 연간 이자 부담이 2020년 말에 비해 3조2000억원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최근 1개월 새 금리가 0.5%P 오른 걸 감안하면 앞으로 가계 이자 부담은 6조4000억원가량 증가한다. 지난해부터 1.25%P가 오른 걸 단순 계산하면 가계가 추가로 부담할 이자만 약 16조원에 달한다.
김민영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