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빅스텝' 기정사실화에 한은 행보 관심 커져
[출처]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2/0002240383?sid=101
2008년 8월 기준금리 5.25%, 지금은 1.50%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5월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사실상 확정함에 따라 국내 경제 관련 지표가 크게 출렁였다. 장중 코스피가 2700선 아래로 내려갔고 원 달러 환율은 다시 1240원 선에 바짝 다가섰다.
미국의 움직임에 발맞춰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나설 공산이 커졌다. 앞으로 국내 금융 지표가 추가 위축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커졌다.
22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에 비해 23.50(0.86%) 내려간 2704.71를 기록했다. 개장 초기에 곧바로 2700선이 무너졌으나, 장중 개인투자자의 매수세에 힘입어 2700선을 방어했다. 코스피는 지난 19일 2700선을 회복한 후 이날까지 4거래일째 2700선을 지켰다.
마감 기준 개인이 8375억 원을 순매수해 장을 떠받쳤다. 반면 외국인은 1563억 원, 기관은 6986억 원을 순매도했다.
원화 가치 역시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10원(0.01%) 오른 1239.10원을 기록해 1240원 선에 바짝 다가섰다.
장중 한때는 1240원 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에 따라 빠른 시일 안에 원달러 환율은 연중 최고치인 지난달 15일의 1242.8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연준이 사실상 다음달에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이상 올리는 조치)'을 취하리라는 점이 명확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21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국제통화기금(IMF) 총회에 참석해 "(종전보다) 더 빨리 (기준금리 인상을 위해) 움직일 필요가 있다"며 "50bp(베이시스포인트, 0.50%포인트)가 5월 공개시장위원회(FOMC) 테이블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연준은 지난 3월 FOMC에서 종전 '제로' 수준이었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3년여 만의 금리 인상 조치였다. 이에 5월 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올린다면 두 차례 연속 인상 조치가 이뤄진다. 이는 2006년 이후 처음이라고 외신은 보도했다.
이에 더해 실제로 다음 FOMC에서 0.50%포인트 인상 조치를 단행한다면 2000년 이후 첫 조치가 된다. 이 경우 현재 0.25~0.50%인 미국의 기준금리는 5월 이후 0.75~1.00%가 된다.
이미 올해 들어 연준은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더불어 50bp가 아닌 75bp(0.75%포인트)를 한꺼번에 올리는 것도 불가하지 않다는 주장까지 이미 나왔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준 총재가 이 같은 주장을 내놨다. 불라드 총재는 올해 말 기준 미국의 기준금리를 3.5%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2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23.50포인트(0.86%) 내린 2,704.71에, 코스닥지수는 6.90포인트(0.74%) 내린 922.78에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0.1원 오른 1,239.1원에 마감했다. ⓒ연합뉴스
현재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을 이끄는 핵심 요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와 곡물 가격 급등이다. 즉, 남은 기간 안에 전쟁이 빨리 마무리된다면 해소 가능성이 있는 돌발 위험 요인이 전 세계의 물가 급등을 부채질한다고 볼 수 있다. 미 연준이 공언한 만큼 실제로 공격적인 움직임을 취하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일각에서 제기되는 배경이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된 전 세계의 유동성 장세가 코로나19 위기를 거치며 자산시장을 더 부풀린 만큼, 유동성 흡수를 위해서도 기준금리 인상 조치는 필수 불가결하다는 평가가 현재로서는 지배적이다.
한국은행도 이 같은 움직임에 보조를 맞출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때마침 한은의 신임 수장인 이창용 총재도 부채 문제 대응을 중요한 정책 목표로 꼽은 바 있다. 비록 한은이 지나치게 공세적인 기준금리 인상 조치에 나서진 않겠으나, 미국과 기준금리 격차가 지나치게 좁혀진다면 원화 자산의 유출이 심각해지는 만큼, 이를 방관할 수 없는 까닭이다.
한국은행은 2008년 8월 최대 5.25%였던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을 위해 채 1년이 안 되는 2009년 2월에는 기준금리를 2.00%로 낮출 정도로 공격적인 인하 정책을 폈다.
이후 기준금리는 오르내림을 이어가다 2020년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0.50%까지 내려갔다. 이후 작년 8월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다시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 선회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1.50%. 미국과 기준금리 격차는 1.00%포인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변동. (단위: %) ⓒ프레시안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