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좀 가져다 쓰세요"…가계대출 문턱 낮추는 은행들 '왜?'
[출처]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hm&sid1=101&oid=421&aid=0005979279
DSR규제·금리상승·자산시장 침체 등으로 대출수요 '뚝' 끊겨
은행들, 대출한도 늘리고 금리 낮추는 등 영업활동 강화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 모습.©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은행들이 올 들어 잇따라 가계대출 한도를 늘리고 금리를 낮추는 등 대출 문턱을 낮추고 있다. 금융당국의 총량규제 압박으로 앞다퉈 가계대출을 조였던 지난해와 상반된 모습이다.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다시 푸는 것은 대출규제와 금리인상으로 연초 가계대출이 2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여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일부 은행들은 오히려 대출 성장세가 꺾이면서 영업 전략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전세계약 갱신 시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기존 '임차보증금 증액 범위 내'에서 '갱신계약서상 임차보증금의 80% 이내'로 늘린다.
예를 들어 3억원이던 전세보증금이 계약갱신에 따라 5000만원 더 올랐다면 기존에는 인상분인 5000만원까지만 빌릴 수 있었지만, 21일부터는 전체 보증금의 80%인 2억8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다만 이용 중인 전세대출이 있다면 그만큼 차감하고 나머지 금액을 빌릴 수 있다.
전세대출 신청 기간도 '잔금 지급일'에서 '잔금 지급일 또는 전입일 중 빠른 날로부터 3개월 이내'로 다시 확대하기로 했다. 신청을 제한했던 1주택자의 비대면 전세자금 대출도 다시 받을 수 있게 했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따라 지난해 10월부터 전세대출을 '오른 만큼만' 빌려주고, 신청기간과 비대면대출 등을 일부 제한해왔는데, 우리은행이 5개월 만에 이를 처음으로 푼 것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등도 이같은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또한 우리은행은 주택과 주거용 오피스텔 담보대출인 아파트론·부동산론과 우리전세론, 우리WON주택대출에 0.2%포인트(p)의 '신규대출 특별 우대금리'를 신설했다.
NH농협은행도 지난달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우대금리를 0.5%p 높인데 이어, 최근 신용대출 우대금리도 0.3%p 올렸다. 우대금리가 높아지면 소비자가 인식하는 최종 대출금리는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KB국민은행은 KB닥터론 등 전문직군 대상 마이너스통장(마통) 한도를 1억5000만원, 일반 직장인 대상 마통 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1월 직장인 마통 한도를 1억5000만원으로 늘렸다. 은행들은 지난해 9월 마통 한도를 5000만원 이하로 일괄 낮춘 바 있는데, 이를 다시 이전 수준으로 복원한 것이다. NH농협은행도 지난 1월 신용대출 한도를 2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늘린 데 이어 지난달 2억5000만원까지 확대했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제한을 연이어 완화하는 것은 올 들어 대출금리 상승,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부동산·주식·암호화폐 등 자산시장 침체 등이 맞물리면서 대출수요가 꺾여 관련 수익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고공행진하는 가계대출을 총량규제(연 증가율 5~6%대) 범위 내로 묶기 위해 애썼다면, 지금은 상황이 반전된 것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은 705조9373억원으로, 지난해 말(709조529억원)보다 3조1156억원 줄었다. 가계대출은 올해 1월 8개월 만에 내림세로 돌아선 후 2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4~5%대로 제한했는데, 현재 실적은 -0.43%로 오히려 역성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가계대출은 이달 들어 전월 대비 소폭(6610억원) 반등했으나, 전년 대비로는 2조4546억원(-0.35%) 줄어든 상태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은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인데, 초강력 대출규제에 금리인상까지 본격화되면서 지금은 마이너스 성장으로 분위기가 급반전된 상황"이라며 "이자이익 등 영업실적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은 활발한 대출 영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국종환 기자(jhk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