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이 다른데…아직도 국내주식만 사세요?"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김소연 기자, 김사무엘 기자, 강민수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증시 폭락하자 해외 주식 투자 '급증']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글로벌 증시 급락을 저점 매수의 기회로 삼으려는 개인 투자자들이 폭증하고 있다. 지난달 코스피 시장 개인 순매수액이 11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올해 1분기 해외 주식 투자 규모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외화증권(주식·채권) 결제금액은 총 665억8000만달러(약 82조3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5.8% 늘어났다. 이는 분기 기준 사상 최대 규모다. 기존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3분기(475억7000만달러)보다도 40% 높은 수준이다.
개미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증시 폭락이 시작되자 삼성전자 등 우량주를 대거 사들였다. 이후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증시가 하락하면 수익이 나는 인버스 상품에도 돈이 몰렸다. 국제유가가 폭락하자 원유 관련 파생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해외 주식 투자가 각광을 받으면서 '원정 개미'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중·장기적 수익률 비교 안돼…굳이 한국 주식 살 필요 없다"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을 사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률 때문이다. 비욘드미트 등을 보유하고 있는 직장인 양모씨(35)는 "중·장기적인 수익률이 비교가 되지 않는데 굳이 한국 주식을 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최근 애플과 비자를 매입했다는 직장인 배모씨(33)도 "미국 증시가 굉장히 많이 오른 상태에서 코로나19로 크게 떨어지지 않았나, 회복이 국내 증시보다 더 빠르고 확실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애플은 지난해에만 주가가 86% 올랐고, 마이크로소프트(56%), 알라바바(55.2%), 페이스북(51.3%), 비자(41.4%), 알파벳A(27%)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 상당수가 40~50% 이상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반면 국내에서는 대장주 삼성전자(44%)와 SK하이닉스(55.3%), NAVER(58.1%) 등을 제외하곤 시총 상위주 대부분이 시장수익률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달로 범위를 좁혀봐도 해외 주식에 투자한 개인들은 국내 주식 투자자들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산 해외 주식은 애플로 이 기간 2억5917만달러 어치를 순매수했다. 이어 △구글의 지주사 알파벳C(의결권 없는 주식) 8094만달러 △테슬라 7048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 6978만달러 △알파벳A(의결권 있는 주식) 5163만달러 △쇼와 덴코 5146만달러 △보잉 5025만달러 등을 매수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폭락장에서 개인의 국내와 해외 순매수 상위 종목 수익률을 비교해 보면 해외 주식의 수익률이 더 나았다. 해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주가는 지난달 23일 저점 대비 평균 27.6% 오른 반면, 국내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은 같은 기간 19.5% 올랐다. 폭락이 시작된 지난달 초와 비교해도 해외 주식 수익률은 평균 -12.3%로 -15.8%를 기록한 국내 주식보다 양호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untact·비대면) 수혜주로 주목받으면서 주가 회복을 넘어서 역대 최고가 기록을 쓰고 있는 중이다. 지난 21일 기준 아마존 주가는 2328.12달러로 이달 들어서만 19.4% 상승했다.
"언택트 트렌드 확대…중소형주보다 안정적인 대형주 노려라"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국내와 마찬가지로 해외에서도 '언택트(비대면, UNTACT)' 트렌드가 확대된 만큼 관련주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코로나19 확산세로 해외에서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한창인 만큼 화상회의, 비대면 서비스, 원격진료 등이 강화되고 있어서다.
최근 1개월(3월23~4월21일) 미국 증시에서 상승률 상위 20개 종목 중에는 언택트 관련주가 많다. 이 기간 온라인 가구업체인 웨이페어는 주가가 232% 뛰어올랐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자 집안 단장 수요가 늘었고, 덕분에 이 업체의 3월 매출은 2배 넘게 폭증한 것으로 전해진다. 헬스케어 서비스 업체인 카타시스도 209% 올랐고 웨어러블 진통치료기를 생산하는 뉴로메트릭스도 같은 기간 172% 급등했다. 기업용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선보인 브로드비전은 171% 올랐다.
전문가들은 또 언택트 관련주여도 주가 변동이 심한 중소형주보단, 안정적인 대형주 위주로 추천하는 분위기다.
하나금융투자는 코로나19에 따른 투자유망 해외주식으로 마이크로소프트(클라우드), 넷플릭스(동영상 스트리밍), 아마존닷컴(온라인 리테일)을 꼽았다. 이들은 최근 한달 주가가 22~30% 올랐다.
황승택 연구원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반으로 화상회의, 소통, 원격 근무, 교육서비스, 동영상 스트리밍 등 대부분의 서비스들이 이뤄지고 있다"며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중에서는 넷플릭스, 온라인 리테일에서는 아마존이 배송경쟁력으로 격차를 벌리고 있는 만큼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강자가 더욱 강해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B증권은 현시점에서 투자해볼 만한 '글로벌 원마켓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면서 '모빌리티(Mobility)', '언택트 경제(Untact Economy)', '5G'를 주요 테마로 꼽았다. 관련주로는 △미국은 아마존, IBM △중국 주식은 북방화창, 선난써키트 △일본 주식 마쓰이증권 △베트남 주식 낀박도시개발을 꼽았다. 성장성은 물론, 재무 건전성까지 갖춰 주가 급락에 따른 가격 매력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코로나 수혜 테마로 △언택트 △클라우드 컴퓨팅 △헬스케어와 신유통을 꼽고 최선호주로 아마존 단일 종목을 선정했다. 조용민 연구원은 "아마존은 최대 규모의 전자상거래와 클라우드 플랫폼을 구축해 소비자들의 온라인 쇼핑 증가 수혜를 볼 것"이라며 "디지털 헬스케어와 무인매장 신사업 등도 코로나19를 계기로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정수 기자 jeongsuhan@mt.co.kr, 김소연 기자 nicksy@,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강민수 기자 fullwater7@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