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한 지금 사서 묻어두면 오르지 않을까?” 주식 베팅 유혹 받는 예비 개미들
직장인 황모(28)씨는 최근 우량주 위주 주식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4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한 틈을 타 나중에는 오를 것으로 보이는 주식을 사 수년 뒤 수익을 얻기 위해서다. 황씨는 “1년여 전 섣불리 비트코인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봤지만, 주식은 그것보단 안정적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29)씨도 “예전에 주식을 샀다가 몽땅 잃고 ‘손절’한 후 착실히 예금과 신탁만 하고 있지만, 요즘도 매일 주가가 어디까지 떨어지나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최근 증시가 폭락한 것을 기회 삼아 주식 투자를 시도하려는 이른바 ‘예비 개미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은 올해 14조870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글로벌 증시가 본격적으로 폭락한 지난 9일부터 투자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주식 ‘알못’(잘 알지 못하는 사람의 신조어)인데 10만원 정도만 넣어보면 어떻겠나” “완전 초보인데 지금이 저점이면 사야 하는 거 아니냐” “삼성전자는 ‘존버’(끝까지 버틴다는 의미의 속어)하면 오른다던데 5만원대 초반일 때 사야 된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실제로 국내 주식 시장에선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의 여파로 외국인과 기관들이 ‘팔자’에 돌입한 와중에 개인은 주가 반등을 노리고 저가 매수에 나섰다.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1월 20일 이후 12일까지 13조876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특히 장중 유가증권시장에 사이드카(주가가 급등락할 시 프로그램 거래를 5분간 정지시키는 것)가 발동된 12일에도 개인의 순매수 금액은 5376억원이나 됐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최근과 같이 변동이 큰 상황에서는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금융위기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데 빚을 내 주식 투자하는 행위는 특히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민아 양민철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