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철회는 중국의 희망사항" 백악관 강경파가 반대한 듯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 양국이 상대국에 부과 중인 고율 관세를 철회하는 데 합의했다는 중국의 발표가 나온 지 하루 만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를 전면 부인했다.
8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중국 측이 원하고 있지만, 자신은 관세 철회를 합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7일 가오펑(高峰)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양측이 단계적으로 고율 관세를 취소하기로 동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도 블룸버그통신에 "1단계 무역 합의가 있다면, 관세 합의와 양보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작년 7월 이후 3600억달러(약 416조원)어치의 중국 제품에 15~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고, 중국은 미국 수입품 거의 전체인 1100억달러(약 126조원) 규모의 제품에 2~25% 관세를 매기고 있다.
양국이 관세를 인하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7일 뉴욕증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66%,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0.27% 상승해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트위터에 "오늘 주식 시장이 크다(크게 올랐다)"면서 "새로운 기록이다. 즐겨라!"고 썼다.
그러나 이후 로이터는 "관세 철회와 관련해 백악관 내부에서 격렬한 반대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대중 초강경파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폭스비즈니스에 출연해 "현시점에서 1단계 합의 조건으로 기존 관세를 철회한다고 합의된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미 행정부 내에서 관세 철폐 합의 여부를 두고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중 두 나라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8일 코스피는 미 증시와 달리, 전날보다 0.33% 내린 2137.33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전날보다 0.33% 내렸다.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8원 내린 1157.5원을 기록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 합의와 관련해, 미국에서 서명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이날 밝혔다.
[뉴욕=오윤희 특파원 oyounhee@chosun.com] [안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