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세' 달라진 여당 기류… 이번엔 페지되나
새해부터 금융투자업계가 만년 숙원사업이던 ‘증권거래세 폐지’에 다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매번 세제당국의 반대에 부딪쳐 번번이 좌절돼 왔으나, 올해는 연초 업계를 방문한 여당 수뇌부에서 전향적인 입장을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여당 내부에선 예전과 확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다만 정부가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오랜 증권거래세 논란에 종지부가 찍힐지는 미지수다.
◇달라진 여당 기류
수면 아래 잠겨 있던 증권거래세 폐지 이슈에 다시 불을 당긴 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다. 이해찬 대표는 15일 열린 ‘금융투자업계 현장 간담회’에서 “이제는 자본시장 세제 개편을 공론화할 시점이라고 느낀다”며 “지금의 규제들이 현재 필요한 것인지 검토해 보겠다”고 증권거래세 이슈를 도마에 올렸다. 함께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증권거래세 인하 또는 폐지 문제는 당정이 조속히 검토해 결론을 도출하겠다”고 기대감을 높였다.
수뇌부의 이런 발언은 단순히 ‘립 서비스’ 차원은 아닌 걸로 보인다. 지난달 말 증권거래세 폐지 안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최운열 더불민주당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증권거래세 문제는 시급한 현안이라 가능한 빨리 결론 내리겠다”고 여당 내 기류를 재확인했다.
최 의원은 현재의 증권거래세를 5년간 점진적으로 인하해 5년 후엔 완전히 폐지하는 법안을 냈다. 그는 ‘폐지보다 인하로 방향을 잡은 것이냐’는 질문에 “최적의 안을 당에서 발표할 것”이라며 “이해찬 대표도 ‘손해 본 사람에게까지 세금을 물리는 건 말이 안된다’고 한 걸로 보아 더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대안이 나올 걸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런 기류에 대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국회와 정부가 폐지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폐지냐 유지냐… 여전한 논란
증권거래세는 주식 투자에 따른 이익 여부와 관계없이 주식을 팔 때 내는 세금으로, 지난해 투자자가 부담한 증권거래세만 8조원이 넘는다.
업계에선 이런 부담만 줄어도 주식 시장이 크게 활성화될 것이라 주장한다. 이미 해외 주요국들이 시장 활성화를 위해 증권거래세를 없애거나 세율을 낮추는 흐름이라는 점도 강조한다. 우리나라의 증권거래세율은 △코스피 0.3%(농어촌특별세 포함 시) △코스닥ㆍ코넥스 0.3% △비상장주식 0.5%인데, 미국ㆍ독일 등은 증권거래세가 증권거래를 복잡하게 만든다는 이유로 폐지했다.
업계에선 또 증권거래세가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의 기본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주식을 팔 때 거래대금의 0.3%를 무조건 떼어가, 주식투자로 손실을 보더라도 세금은 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식 거래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도 함께 부과되는 만큼 이중과세라는 비판도 있다. 현재 단일 종목 지분을 1% 또는 15억원 이상 보유한 대주주에 대해 3억원 미만 차익에는 20%의 세금을, 3억원 초과분에는 25%의 세율이 적용되는 데 이들은 동시에 증권거래세도 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업계와 여당의 맞장구에도 불구하고, 실제 증권거래세가 폐지의 길로 들어서긴 쉽지 않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세제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증권거래세 개편은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증권거래세 개편은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범위를 계속 넓혀나가는 과정에서 중장기적으로 논의해야 할 과제란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경봉 국민대 법학과 교수는 “정부는 증권거래세는 없앴을 때 8조원에 달하는 세수 공백을 대체할 현실적 대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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