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이 서울 광화문광장에 박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밝힌 가운데 서울시는 동상 건립을 원칙적으로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3일 뉴스1과 통화에서 "광화문광장에 박 전 대통령 동상 설치는 불가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광화문광장의 이순신 장군 동상과 세종대왕 동상은 내부 논의와 시민 합의에 의해 만들어졌다"며 "박 전 대통령 동상을 광화문광장에 세우려면 시민의 절대적인 지지와 합의가 있어야 가능한데 현재 상태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 사용에 관한 규정을 담고 있는 '서울특별시 광화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는 서울시장에게 광화문광장 내에 설치된 동상 및 부속 조형물 등의 관리 의무를 부여하고 있지만 신규 설치에 대한 내용은 없다.
또 '서울특별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도 동상 등 신규 조형물 설치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을 조성할 때 더 이상 동상 등 신규 고정시설물이 조성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관리의 목적으로 조례를 제정했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광화문광장에 동상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절대적인 지지와 정책 결정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박 전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출범식을 가진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은 "박 전 대통령은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을 합친 정도의 위인"이라며 "내년 박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맞아 광화문광장에 박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동상건립추진위를 구성하고 모금운동을 펼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연루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현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 동상을 광화문광장에 세우겠다는 계획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상 건립 계획이 알려지자 트위터에서는 '이 와중에 광화문에 박정희 동상을 세우려 해 국민적 분노를 증폭시키고 있다' '박정희가 이순신, 세종대왕급이냐'는 등 거센 항의가 이어졌다.
김정태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장은 "광화문광장은 국가상징거리이기 때문에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동상만 들어가 있는 것"이라며 "광화문광장이 북한 김일성광장도 아니고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세워 신격화하겠다는 것에 수긍하는 서울시민은 단 한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